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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K-좀비 전성시대 -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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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9-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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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 전성시대"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가 우리나라 작품이라는 반가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유아인이 주연한 좀비 영화 ‘#살아있다’가 무려 35개국에서 무비 차트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강동원 주연의 좀비 영화 ‘반도’가 극장에서 인기를 끌었고, 그 전에는 넷플릭스에서 야심차게 제작한 ‘킹덤’ 시즌2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조금 과장을 덧붙인다면 2020년은 K-좀비물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좀비물이 계속 제작되고,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서 궁금해졌습니다. 좀비영화의 인기 요인은 뭘까요? 좀비영화의 어떤 점이 다른 공포물들보다 좀비영화를 더 대중적으로 성공하게 만드는 걸까요?

좀비 영화의 매력
1. 좀비라는 소재는 현대인들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담기에 좋습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이 마비되고, 오직 욕망(주로 식욕)으로 움직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신체를 가지고 있기에 혼자 있을 때는 그다지 무서운 존재가 아니지만, 좀비들은 주로 몰려다니면서 숫자로 힘을 과시합니다. 좀비 장르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좀비를 미국 사회와 대중들에 대한 풍자적인 시선으로 활용한 이래로 좀비 영화는 대부분 어느 정도의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2. 대부분의 경우에 좀비들에게는 인해전술이 가장 큰 무기입니다. 이 부분은 좀비 영화에 스팩타클한 볼거리를 더해줍니다. ‘월드워Z’에서 예루살렘 성벽을 넘어가는 수많은 좀비들의 모습은 사실 공포스럽기 보다는 멋진 액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레지던트 이블’시리즈나 ‘나는 전설이다’같은 영화들은 공포영화라는 장르보다는 할라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적당한 긴장감이 있지만 너무 무섭지는 않고,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공포물이라는 점이 좀비 영화가 가진 독특한 매력인 것 같습니다.

3. 마지막으로 좀비영화의 매력은 ‘유물론적 설득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영적인 세계를 믿지 않게 된 현대인들에게 좀비는 나름대로 ‘있을 법한’ 소재라는 거죠. 처음에는 좀비도 다른 공포영화의 소재들처럼 신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두교’의 주술을 이용해서 시체를 움직인다는 설정이죠. 그런데 조지 로메로 이후 그런 설정은 그다지 사용되지 않기 시작했고, 데니보일 감독의 ‘28일 후’에서는 본격적으로 바이러스가 좀비화의 원인으로 등장합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바이러스가 어찌 어찌해서 뇌를 움직일 수 있게 되고, 그래서 좀비가 된다는 겁니다. 영혼만 남아 둥둥 떠다니는 귀신들이나, 보름달을 보면 변하는 늑대인간, 이유 없이 십자가를 무서워하는 드라큘라에 비한다면,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28일 후’의 분노 바이러스나 ‘킹덤’의 생사초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는데, 사실 하고 싶은 말은 3번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공포영화마저도 영적인 세계의 신비를 인정하지 않고, 실험실의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괴물이 더 설득력 있게 와 닿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사람들이 본인의 종교와 무관하게 기본적으로 신의 존재와 영적 세계의 존재를 긍정하는 세상에 살고 있었다면, 이제는 무신론과 유물론이 세상의 기본값이 되었습니다. 21세기의 좀비영화들은 이제 그 사실이 대중문화에까지 적용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대에, 이런 대중들에게, 우리는 어떻게 십자가의 신비와 영적 세계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눈에 보이는 것 외에는 믿지 않는 세대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의 존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필요한 것처럼,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삶이 영적 세계의 존재를 보여주는 나뭇가지이면 좋겠습니다.


-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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