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8 새로운 대화] > 신앙칼럼 | 함께공동체 함께미디어
main contents

신앙칼럼   |   일상에서 경험한 삶과 신앙의 이야기 

[0908 새로운 대화]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9-08 11:45

본문

어느 가을날,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고 싶어 산책을 나갔습니다. 한참동안 가을 숲길을 걸었어요.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으슬으슬 추워지는 겁니다. ‘아니 이 가을바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너무 시원했는데.. 가을바람 안에 겨울이 숨어 있나봐..’, 더운 여름 식혀주며 친절히 불어와 추운 겨울 준비하게 해주는 멋진 바람이라는 생각, 그 바람을 닮은 여러 사람들 생각에 이르도록, 그렇게 가을바람이 제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소리는 없지만, 분명 말을 걸어온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있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소리’라는 익숙한 소통방식의 한계 너머로, 너무나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거대한 대자연의 언어, 놀라운 진리와 지혜의 세계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그렇게 열심히 서로의 이야기들을 주고받습니다.

(시 19:3)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시 19:4a)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익숙한 우리의 경험과 방식을 뚫고, 전혀 다른 방식의 언어로 누군가 무언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올 때, 그걸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능력을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말을 걸어온 대상을 향해 대답할 수 있는 창조적인 언어의 능력도 함께 주셨지요. 그래서 우리도 그 신선한 대화에 언제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무언가 새로운 방식으로 말을 건네올 때, 사람들 역시 새로운 언어로 대답을 건네 왔습니다. 그것이 시가 되었고, 노래가 되었고, 그림이 되었고, 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언어, 새로운 방식의 대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누군가 무언가 계속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어느 가을날이 말을 걸어오기에, 저도 이렇게 노래로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가을바람 같은 노랠 언제나 부를 수 있을까
내 노랠 들을 때마다 다시 시작해야지 설레는 마음 생겨나는
그대 눈 길 같은 노래를

가을바람 같은 노랠 언제나 부를 수 있을까
내 노랠 들을 때마다 추운계절 생각나 따뜻한 마음 준비하는
그대 숨결 같은 노래를”

지금도 전혀 다른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누군가 무언가에게, 익숙한 말과 소리의 세계를 잠시 떠나, 각자의 모양대로 새롭게 대답하며 소통해보는, 새로운 계절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길승)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