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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 "언어감수성" - 이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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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9-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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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는 편지 0901]
“언어 감수성”

감염 원인이나 경로를 확인하기 어려운 감염을 쉽게 '깜깜이 감염'이라고 표현해 왔습니다. 그런데 방역본부가 앞으로는 '깜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8월 마지막 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의 개선 요청을 받아서 '깜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깜깜이 투자’, ‘깜깜이 청약’, ‘깜깜이 분양’등의 용례를 통해 알 수 있듯, ‘깜깜이’는 어떤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자주 사용돼 왔습니다. 그러나 시각장애를 비하하는 차별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국민들 의견을 받아서 그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자 한다고 밝히고 앞으로는 깜깜이 대신 ‘감염경로 불명’이나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 환자‘라고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을 실은 기사의 댓글 창을 살펴보았습니다.

“조심해서 쓰겠습니다”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네요”
“섬세하기도 하여라..”
“덕분에 알고 갑니다~”
“딸에게도 알려 줬어요”
“질본분들 참 세심한 듯”
“자기반성 훌륭합니다”

“언어감수성”은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시작됩니다.
겸손한 반성과 돌이킴은 무심했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생명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감수성은 여러 모양으로 확산되어야 하겠지요.

한편 통상적으로, 편의상 ‘깜깜이’라고 쓰는 게 무엇이 그리 문제인가?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무슨 말을 하고 살 수 있겠는가? 나름의 이유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명료한 논리나 법적인 정당성 너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원초적인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울선생님의 가르침을 떠올려봅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
(고린도전서 10:23-24)”

- 이길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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