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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4] 꽃 피는 봄날에만 - 이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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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7-1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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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날에만”

수년 전 가을날,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손양원 목사님의 추모앨범을 제작하는 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어찌어찌 그 작업에 함께하게 되어, “꽃피는 봄날에만” 이라는 노래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의 노랫말은 손양원 목사님이 신사참배 거부로 옥중 생활을 하시던, 1943년 8월에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었습니다.

“꽃피는 봄날에만 주의 사랑 있음인가
땀을 쏟는 염천에도 주의 사랑 여전하며
열매 맺는 가을에만 주의 은혜 있음인가
추운 겨울 주릴 때도 주 위로 더할 것은

솔로몬 부귀보다 욥의 고난 더 귀하고
솔로몬 지혜보다 욥 인내 아름답다
이 세상 부귀영화 유혹의 손길 되나
고생 중 인내함은 최후 승리 이룩하네

세상 권력 등에 업고 믿는 자를 핍박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아 회개하고 돌아오라
우상의 힘 며칠 가며 인간의 힘 며칠가나
하나님의 심판 날에 견디지 못하리라

저 천성 바라보니 이 세상은 나그네길
죽음을 피하라고 내 갈길 막지 마라
내게 맡긴 양을 위해 내 겨레 평화 위해
우리 주님 가신 길을 충성으로 따르리라”

거의 70년 전의 편지글 속에서, 이 땅에 살던 한 그리스도인의 더할 수 없이 깊은 신앙고백을 마주하게 되면서 부끄러움과 감동이 교차했습니다. “변찮는 주님의 사랑과 거룩한 보혈의 공로를” 수도 없이 노래했지만, 제 노래의 자리는 언제나 안전하고 평안한 곳이었기에, 진정성을 알 길이 없는 노래였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위태로운 삶의 자리에서 어떻게 저리도 담백하고 담대한 고백을 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말씀의 힘과 생명력을 기억하게 됩니다. 실제 그 말씀으로 버티고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리스도인의 ‘기백’ 안으로 우리들을 불러내어, 새로운 노래를 부르게 만들어 줍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아니면 어려움입니까? 핍박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아니면 칼입니까? (로마서 8:35)”

낯설고 지독한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에 침입한 이후, 온 땅이 고난의 시간들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우리 일상의 연결고리들을 하나하나 끊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 다시 한 번 고백하게 되는 것은 끊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 입니다. 오늘도 역시 만만치 않겠지만, 그 완전한 사랑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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