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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3] 친환경 에어쿠션 완충제 -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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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7-1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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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생분해성 친환경 에어쿠션 완충제"


비대면의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참 고마운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택배'입니다. 굳이 나가서 장을 보지 않아도 하루 이틀이면 물건을 가져다주시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대면 사역에 필요한 여러 장비들과 물품들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다보면, 여러 부서의 택배가 한꺼번에 와서 복도에 박스들이 잔뜩 쌓여있는 날도 있습니다.

전자제품 박스를 뜯어보면 택배 박스 안에 완충용 에어쿠션이 있고, 그 안에 다시 원래 제품의 박스가 있습니다. 제품 박스를 열면 다시 스티로폼 완충제가 있고, 그 안에 비닐에 쌓인 제품이 있습니다. 하나 하나 포장을 벗기다보니 슬슬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 모든 쓰레기를 처리 할 힘이 지구에게 남아있을까?

하나님은 인간을 지으시고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다스리라'고 하셨습니다. (창 1:28) 제가 얼마전에 읽은 [보이지 않는 세계]라는 책에서는 하나님께서 자신이 만드신 세상을 관리할 '관리자'로 인간을 지으셨다고 본문을 해석합니다. '다스리라'의 의미는 세상을 짓밟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스리는 것처럼 세상을 더 아름답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포장을 정리하다보니 에어쿠션에 적혀 있는 긴 문구가 눈에 보입니다. "산화생분해성 친환경 에어쿠션 완충제" 비닐재질이지만 분해가 가능하니까 안심하고 써도 괜찮다는 말입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택배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말 같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죄책감을 덜어내고 나니, 이런 제품들이 있어서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때, 얼마전 읽은 글이 생각났습니다. 썩는 물질조차도 매립지에 묻고 나면, 위에 점점 쌓이는 쓰레기들이 산소유입을 차단해서 결국 썩지 않게 된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글의 결론은 쓰레기 양을 줄이는 것만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는 것입니다. 참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옵니다.

"친환경"제품이라는 것들은 딜레마를 쉽게 해결해줄 것같습니다. 마음껏 소비하지만 환경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좀 더 알고보면 그 '친환경'에도 한계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딜레마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리 삶에는 이런 문제들이 참 많습니다.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게 되는... "산화생분해성 친환경 에어쿠션 완충제"같이 택배도 마음껏 이용하고 환경문제도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정답이 있으면 참 좋겠는데, 알고보면 그런 정답들은 진짜 정답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면죄부' 같은 것들이죠.

그러면 정답은 뭘까요? 딜레마는 그렇게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없기에 딜레마라 부르는 것이고, 우리 인생도 그렇게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없기에 하나님이 필요한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삶도, 신앙도, 여러가지 문제들 속에서 오늘 하루를 살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 때로는 그 문제를 안고 살아가면서 그 안에서 하나님을 찾아가는 과정이 결국 삶이며, 신앙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비가 많이 오는 월요일입니다.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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